“바야흐로”
지속적인 시각적 노출은 서로를 닮아가고 스며들게 만든다.
‘서로’의 이쪽은 단청으로 꾸며진 목재 건축이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의 서울, 저쪽은 작가 보얀 젤레쇼브스키(Boyane Zelechowski, b.1984)가 태어나고 자라며 공부한 예술의 고향 프랑스 파리다. 서울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파리의 작가는 스스로의 작품세계에 ‘네오 조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피티, 만화, 비디오게임 캐릭터 등 소년 시절에 충실히 쌓아 온 유럽풍 스타일들은 한국적 이미지들과 만나 ‘스며들고 닮아가며’ 재조합되고 재해석된 새로운 그림체로 점차 거듭난다. 현대적인 그래피티 레터링과 태깅이 전통의 문자도와 만나고, 한옥의 막새와 단청, 조각보와 민화의 문양들은 아이스크림과 크루와상, 만화 캐릭터 사이 사이로 이질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한국의 간결한 먹선과 단조로운 색상은 풍부하고 세련된 프렌치 컬러와 뒤섞이며 절제된 밀고 당김의 신선함을 담아낸다.
15세부터 크루들과 함께 유럽의 낡은 근현대 건물에 구현하던 벽화는 개발로 들어선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와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수백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궁궐과 사찰의 단청으로 연결되어 작품 속에서 건축과 회화 사이의 관계성을 이어간다.
서로 다른 두 세계를 결합하고 재발견하는 동안 작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성숙은 세필 붓과 큰 붓을 타고 고스란히 평면에 도달한다. 붓끝에 모이고 평면에 쏟아지는 열망은 그렇게 양쪽 모두에 열린 영감의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상호 어우러진다. 보얀 젤레쇼브스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현대 한국 문화에 실제 동참하며, 바야흐로 ‘네오 조선’으로 한국의 전통 미술을 동시대의 것으로 맘껏 풀어낸다. 그렇게 고향 프랑스의 색채를 아우르며 작가 안에 이미 오래전부터 내재 되어 있던 미적 영감의 자산을 오롯이 한국 화단에 헌사하고 있다.